지혜의 공간 261

죽음과 수행

HOME 연재 세심청심 세상 무상함을 알려주는 죽음 수행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우리 욕망 허망함을 직관해야 죽음·신의 세계 뛰어넘게 돼 불교대학에서 공부한 지 17년이 되는 노보살님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상대 마음도 잘 헤아립니다. 항상 즐거운 분이라 주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가끔 결석이라도 하면, 모두가 심심해 할 정도입니다. 어느 날, 공부 후에 ‘불교 공부하기를 참 잘 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당장 내일 죽어도 미련 없다며 웃습니다. 보살님의 그 미소가 참으로 자유로와서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정말 공부 참 잘 하셨다’며 안아 주었습니다. 수행은 삼매의 마음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체 번뇌를 여의고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깨어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지혜의 공간 2021.03.14

벽암록碧巖錄, 간화선看話禪

벽암록碧巖錄, 간화선看話禪 선종禪宗의 제1서라고 일컬어지는 (저어著語, 착어着語라고도 함. 본래의 명칭은 불과원오선사벽암록佛果圓悟禪師碧巖錄 또는 원오노인벽암록)과 당나라 중기 이후에 처음으로 교계의 표면으로 나타난 은 송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되었고, 거사居士로서 주석서를 남긴 이들도 있습니다. 벽암碧巖은 송나라의 승려 원오선사圓悟禪師 극근克勤(1065~1135)에게 칙명勅命으로 수여된 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 선종의 5가 중 운문종雲門宗의 제4조인 설두雪竇 중현重顯(980~1052)이 정리하고 저술한 것에 임제종臨濟宗의 제11조인 원오선사가 부연하여 저술한 것을 원오의 제자들이 편집, 간행한 것입니다. 중현重顯은 이름이고, 설두雪竇는 거주지인 산 이름을 딴 것입니다. 부모를 여의고 어렸을 때 ..

지혜의 공간 2021.01.31

불락인과(不落因果) 불매인과(不昧因果)

불락인과(不落因果) 불매인과(不昧因果)의 이야기는 그 유명한 백장선사(百丈禪師)의 야호선(野狐禪)의 배경인데, 백장선사 어록에 선사께서 매일 상당하여 설법하는데 늘 한 노인이 법을 듣고는 대중들을 따라 돌아갔다. 하루는 가지 않고 있어 선사께서 물었다. “거기 서 있는 자는 누구인가?” “저는 과거 가섭불(迦葉佛) 때에 이산에 살았었는데 한 학인(學人)이 묻기를 ‘많이 수행한 사람도 인과(因果)에 떨어집니까? 떨어지지 않습니까?’하여 제가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대답하여 여우의 몸에 들어가 있습니다. 오늘 화상께 청하오니 한마디로 깨닫게 해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물어보시오.” 노인이 곧 묻기를 “크게 수행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떨어지지 않습니까?” 하니 선사께서 말했다. “인..

지혜의 공간 2021.01.03

‘무아’인데 왜 윤회가 가능할까?

‘무아’인데 왜 윤회가 가능할까? 장영섭 기자 / 불교신문 - ‘무아’는 개체…‘윤회’는 전체·통시적 관점 “불교는 어렵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그래서 포교하기가 힘들고 신앙으로 삼기가 저어된단다. 반면 불교가 세계의 실상과 이치를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종교라는 건, 20세기 이후 서구의 학자들에 의해 검증되고 있는 사실이다. 어쩌면 불교의 깊이에 대한 푸념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지 않은 자들의 핑계거리일 수 있다. 불교공부를 하다 보면 ‘무아인데 어떻게 윤회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마련이다. 무아는 ‘모든 존재는 인연(조건)에 따라 생겼다가 사라질 뿐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부처님의 근본교설 가운데 하나다. 한편 윤회는 ‘중생이 죽으면 살아서 지은 업에 따라 또..

지혜의 공간 2020.11.22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석상(石霜) 선사가 어느 날 장사(長沙)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백 척 높이 장대 끝에서 어떻게 하면 더 오를 수 있겠는가?" 장사 선사가 말했다. "백 척의 장대 끝에 앉아 있는 사람이 설사 경지에 들었다고 할지라도 아직 참된 것은 아니다. 백 척의 장대 끝에서 반드시 한걸음 더 나아가 시방세계에 온 몸을 나타내야 한다." '백 척의 장대 끝'은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최고의 극점을 가리킨다. 선문에서는 수행의 결과로 도달한 깨달음의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 경지는 일체의 상대적 차별을 단절한 '고봉정상(孤峰頂上;외딴 봉우리의 꼭대기)'의 경지이다. '고봉정상'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소위 목숨을 아끼지 않는 수행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경지를 얻었다 해도..

지혜의 공간 2020.10.11

육조 혜능스님의 가르침 '심지무비 자성계(心地無非 自?戒)'

'법보장경'에 나오는 육조 혜능(慧能ㆍ638~713)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부처님으로부터 가섭존자, 아난존자로 이어져 28대 달마대사가 선종의 초조가 되었지요. 그래서 초조 달마로부터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까지 부처님으로부터 33대까지 이어집니다. 조계종이라는 말은 혜능대사가 머물던 조계산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조계종은 혜능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혜능 대사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모시면서 늦은 나이에 결혼도 못하고 나무를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외지로 나무를 팔러 가는데 어느 수행자의 경전 독송이 들리는데 "응당 어느 곳에 마음을 머물 것이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혜능은 귀가 열려서 '그 경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니 금강경이라 ..

지혜의 공간 2020.10.11

육바라밀-지혜

육바라밀-지혜 HOME 지난 연재 보기 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 지혜는 연기·무아·무상에 대한 깨달음 의미 다섯 바라밀은 보시바라밀의 완성 위한 방법 육바라밀의 마지막 여섯 번째는 지혜바라밀이다. 지혜는 연기, 즉 무아, 무상에 대한 자각, 깨달음을 의미한다. 이들에 대한 자각과 깨달음의 기능은 우리들이 하는 일상의 삶과 인간관계속에서 집착하지 않는 구체적 행위로 드러난다. ​ 적어도 한번쯤 마음공부를 치열하게 해 본 사람이라면, 인간의 마음작용 가운데 최대의 특징이 “자아”를 창조하는 기능이라는 사실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온갖 사람들, 갖가지 외부적 원인과 사건들에 부딪쳐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 하지만 결국 마음의 마지막 지점에서 만나지는 것은 우리 자신, 바로 ‘자아’..

지혜의 공간 2020.10.01

불교에 있어서 ‘관(觀)’의 의미는 특별하다.

불교에 있어서 ‘관(觀)’의 의미는 특별하다. 단순히 ‘본다’는 차원을 넘어서 보고, 듣고, 공감하고, 심지어 겉으로 드러난 것을 초월해 본질과 핵심을 꿰뚫어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들고나는 생각을 마음 한자리에 놓고, 무(無)의 상태로 집중해, 산란을 멈추고 평온하게 된 상태에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어떤 현상이나 진리를 마음속으로 떠올려 그것을 자세히 주시하되, 관(觀)은 자기 생각을 떨쳐버리고 염(染)이 없는 지혜로써 대상을 있는 그대로 주시함을 말한다. 본래 ‘관(觀)’은 중국 고전에서는 황새를 의미하는 관(觀)과 보는 것을 의미하는 견(見)이 합쳐진 형성문자라 한다. 그리하여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본다는 견(見)의 의미가 아니라 신비의 새라고 할 수 있는 ..

지혜의 공간 2020.09.06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

수행이 부족한 승려들의 패싸움 - 간택 때문이다 위 제목의 글은 중국 선종(禪宗) 제3대 조사 승찬(僧璨, ?~606) 대사가 지은 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은 승찬 대사가 수행자들이 마음에 새기라는 뜻으로 남기신 딱 한권의 선시집이다. 선가에서 가장 회자하는 수행 지침서를 꼽으라면 아마도 영가(永嘉玄覺) 스님의 와 승찬 대사의 일 것이다. 의 핵심사상은 양변을 떠난 중도(中道)를 가르치고 있다. 글 전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대(對對)를 40대(對)로 갖추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대대(對對)’란 곧 미워함과 사랑함[憎愛], 거슬림과 다름[逆順], 옳고 그름[是非] 등 일상생활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생들이 가진 상대 개념, 즉 변견(邊見)을 말하는 것이다. 은 간단한 법문이지만 대대(對對)를 떠난 중도..

지혜의 공간 2020.06.28

승조 - 반야무지론

도인은 진리에 입각한 수도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도를 위해서는 먼저 진리에 대한 바른 인식이 중요한데, 이 점은 도주님께서 1925년에 선포하신 「각도문(覺道文)」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무릇 성인의 경전은 문장의 색채를 구하지 않고 그 진리를 구하였으며 진인의 마음은 그 진실을 찾았지 겉꾸밈을 구하지 않았다. 물건의 사리를 구한다면 그 천연(天然)을 찾는 것이지 조작을 찾는 것이 아니다.”01 도에 대한 깨달음은 문장의 색채, 겉꾸밈, 조작을 버리고 진리, 진실, 천연을 구하는 데 있습니다. 성인의 심법과 진실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을 밝게 하여 참된 이치를 체득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진리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은 중국 불교 저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승조(僧肇)가 저술한 「반야무..

지혜의 공간 2020.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