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 156

지금 생활하는 그 자리가 공부하는 자리 / 설우스님

지금 생활하는 그 자리가 공부하는 자리 [선지식을 찾아서] 청주 법인정사 선원장 설우 스님 ​ ​ 법인정사에 들어서자 소박하면서도 정갈함이 느껴졌다. 무겁고 답답한 마음을 이곳 법인정사에 내려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도량이 벌써 안심법문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설우 스님의 처소엔 ‘무위진인(無位眞人)’이라는 현판이 달려있다. ‘무위진인’ 법인정사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덥석 안겨주는 화두일지도 모른다. ​ “붉은 몸뚱이에 한 사람의 무위진인이 있다. 항상 그대들의 얼굴을 통해서 출입한다. 아직 증거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잘 살펴보아라”고 한 임제 선사의 일갈이 들리는 듯하다. ​ 설우 스님은 조계종 간화선 수행지침서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불교TV에서 강의를 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고..

선지식 2023.09.29

지리산 오두막 수행자가 보내는 산중편지, 조용한 행복 2 / 도현 스님

한적 아득히 저 멀리서 들려오는 한 밤중의 소쩍새 울음소리, 새벽이면 새들의 지저귐, 건너 산에서 곰들이 다투는 소리,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가 그윽한 산중... 초록 산색에 밤나무 꽃꿀 향기 달콤하다. 대나무 죽순은 쑥쑥 자라 낚싯대 보다 긴 장대가 되었다. 마당에 비질을 하면서 들여 쉬는 산소와 피부에 스치는 산뜻한 감촉, 누구와 나눌까 돌아보아도 더불어 나눌 이 없어 아쉬운 날들이다. 이 쪽 마당 끝과 저 쪽 마당 끝에 반환점을 두고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일 없이 소요하니, 사노라 분주한 이들에겐 미안하기도 하지마는, 누가 한가하게 못 살도록 훼방하는 이도 없건마는 세상사 번다하다 못해 눈 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이는, 언제 해가 뜨고, 달이 지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나름대로 다..

선지식 2023.09.24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내집이다 / 만공스님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내집이다 / 만공스님 인간의 일생은 짧은 한 막의 연극에 지 나지 않는데, 이 연극의 한 장면이 막이 되면 희노애락을 연출하던 그의식은 그 만 자취 없이 사라져 버리고 육체는 썩 어 버립니다.이얼마나 허망한 일입니까. 밥을 먹다가도 불의의 죽음이 닥치면 씹 던 밥도 못 삼키고 죽어야 하고 집을 아 무리 많은 돈을 들여 찬란하게 짓다가도 느닷없이 화재라도 만나면 방 안에 한번 앉아 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가는 것입 니다. 직접 내 자신의 일에도 이렇게 늘 자유를 잃어버리는데 인생의 집단인 사 회와 국가를 세운다는 일이 얼마나 서글 픈 일입니까.자유의 바탕을 얻어야 근본 적 자유를 얻게 됩니다.자유가 어디에서 얻어지는 지도 모르는 인간들이 자유를 부르짖는 것은 쌀도없이 밥을 지어 배부 ..

선지식 2023.08.27

법정스님 법문 - 보왕삼매론에 대하여

오늘은 보왕삼매론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신앙 생활은 끝없는 복습입니다. 우리가 절에 가서 법문을 듣다 보면 대개 비슷비슷한 말씀 아닙니까. 신앙생활에 예습은 없어요. 하루하루 정진하고 익히는 복습이지요. 영적인 체험은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종교적인 체험이라는 것은 하루하루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복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제까지 익혔던 정진은 어제로써 끝나는 겁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보왕삼매론 많이 들었죠? 이제 다시 복습 삼아서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것 모두 잊으세요. 그건 과거사예요.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음미하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 합니다. 사바세계가 무슨 뜻입니까...

선지식 2023.07.30

해인사로 출가하다 / 명진 스님

해인사로 출가하다 관음사에 나를 보냈던 사촌 형님에게 출가의 뜻을 비치자 해인사에 계시는 성철 스님 앞으로 소개장을 써주었다. 당시 절집엔 ‘북 전강 남 성철’ 북쪽에서는 전강 스님이, 남쪽에서는 성철 스님이 가장 훌륭하다는 뜻이었다. 해인사에 도착한 나는 일주문 앞에서 사촌 형님이 써준 소개장을 찢어 버렸다. ‘내가 취직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생사를 타파할 도를 구하러 가는데 소개장을 들고 가다니, 에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서였다. 친구들의 주소를 적어 놓은 수첩도 버리고 해인사 일주문을 들어섰다. 해인사에서의 행자 생활이 시작되었다. 행자는 견습생이나 마찬가지다. 집에서 입고 온 옷을 그대로 입고 생활한다고 해서 속복 행자라고 불린다. 물론 머리도 덥수룩한 그대로다. 절에 들어간다고 대번 머..

선지식 2023.07.16

원각경 법문을 마무리하며 하신 당부말씀

불교를 수행하는 불자들을 위해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 1. 자신의 알음알이를 고집하지 말라. 알음알이라는 것은 육식(六識)을 말한다. 눈으로 보아서 알고, 귀로 들어서 알고, 코로 냄새 맡아서 알고, 혀로 맛 봄으로서 알고, 몸으로 부딪쳐서 알고, 마음으로 헤아려서 아는 것들이 육식이고 알음알이인 것이다. 불교 수행은 어디까지나 계정혜(戒定慧)의 삼학(三學)을 수행함으로서 몸소 체험해서 깨쳐 알아야 되는 것이다. 알음알이로 아는 것은 상식적이고 피상적이며 관념적으로 아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중생지견(衆生知見)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아는 것을 옳게 아는 것이라고 고집해서 좀처럼 참된 진리의 말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도리어 자기..

선지식 2023.06.18

[모정불심] 2. 용성선원장 월암 스님의 어머니

“니 혼자 부처 되면 뭐 하노?” ‘너혼자 부처되면 뭐하겠느냐’는 스님 어머니만의 타박이자 경책 모범생 장남 출가 보낸 죄인으로 평생 살면서도 끝까지 자식 걱정 어머니 멀리 떠나보내는 49재서 “다음생 중 엄마 되지마소” 弔辭 팔순의 노모가 예순 살이 넘은 아들 스님에게 전화를 건다. 가끔 하는 안부전화다. “애미다.” “평안하십니까?” “스님, 뭐 하시노?”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공부 덜 했나?” “부처가 되려면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니 혼자 부처 되면 뭐 하노.” 열다섯 살에 부모를 버리고 출가해 수십 년 동안 치열하게 정진하며 중생교화의 길을 걸어왔지만, 어머니의 무심한 한마디에 아들 스님은 가슴이 뜨끔하다. 그래도 한 마디 안 할 수 없다. “만 중생 제도해야지요.” “한 중생도 ..

선지식 2023.05.21

[법륜스님] 스승은 내가 만든다

스승은 내가 만든다 스승은 내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자 많은 가르침을 베푼다. 그러나 어리석은 제자는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나는 아직 배운 게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믿는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스승도 있다. 마조스님은 좌선해서 어떻게 성불하느냐는 스승의 질문을 받고 자기 생각에 모순이 있음을 깨달았다. 꼭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만 스승이 되는게 아니다. 내가 그를 믿으면 그는 곧 내 스승이 된다. 나무토막도 굳은 믿음으로 대하면 부처가 될 수 있고, 아무리 훌륭한 분이라도 내가 믿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면 그는 나에게 아무 능력도 영험도 없는 존재일 뿐이다. 나무로 만든 불상도 내가 부처님 앞에 서 있듯 진실한 마음을 내면 영험이 생기거늘, 하물며 사람 앞에서 지극하게 내 마음을 돌이킨다면..

선지식 2023.04.23

덕민스님의 금강경오가해 강의(42)

■덕민스님의 금강경오가해 강의(42)■ 금강경오가해43(법보신문) 대승정종분9 보시바라밀 실천하고 진상에 계합하라 === 고전 맛보기 === 孟子 告子 上 牛山 牛山之木 嘗美矣 以其郊於大國也 斧斤 伐之 可以爲美乎 是其日夜之所息 雨露之所潤 非無萌蘖之生焉 牛羊 又從而牧之 是以 若彼濯濯也 人見其濯濯也 以爲未嘗有材焉 此豈山之性也哉 雖存乎人者 豈無仁義之心哉 其所以放其良心者 亦猶斧斤之於木也 旦旦而伐之 可以爲美乎 其日夜之所息 平旦之氣 其好惡與人相近也者幾希 則其旦晝之所爲 有梏亡之矣 梏之反覆 則其夜氣不足以存 夜氣不足以存 則其違禽獸不遠矣 人見其禽獸也 而以爲未嘗有才焉者 是豈人之情也哉 孔子曰 操則存 舍則亡 出入無時 莫知其鄕 惟心之謂與 ᆞ보충설명> 산은 나무가 있어서 푸르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이익 때문에 나무들을 베..

선지식 2023.04.02

성철스님 저서목록

성철스님께서 생전에 몸소 고르고 번역 또는 감수하여 백련선서 간행회에서 발행한 책들 ​ 선림고경총서 ​ * 발간사 ​ 부처님의 자비로운 가르침이 이 땅에 전해져 배달겨레의 얼과 문화에 이바지하고 나라의 동량을 배출해 온 지 일천육백년이 지났지만, 세월이 오래고 연륜이 멀어짐에 따라 부처님의 마음을 전하는 선종의 정법은 감추어지고 불교의 바른 뜻은 그릇된 이해와 어지러운 주장 속에 묻혀 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런 반면에 황폐해진 정신문화를 극복하려는 많은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선禪과 불교사상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를 충족시켜 줄 선서가 참으로 빈곤하고, 많은 불교문헌들이 어려운 한문 속에 갇혀서 제 빛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하여 일직부터 이러한 문제들을 안타까..

선지식 202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