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과 수행 160

1겁(劫)의 의미

1겁(劫)의 의미 관념적 극대 시간 겁(劫)의 산스끄리뜨 원어는 깔빠(kalpa)로, 분별시분(分別時分)·분별시절(分別時節)·장시(長時)·대시(大時) 등의 의역어가 있다. 하지만 이것의 표기에서 대표어는 ‘겁(劫)’이다. 겁은 온전한 표기가 아니다. 깔빠에 해당하는 한자 음사어 ‘劫波’ ‘羯臘波’ 등으로부터 편리성에 의해 한 글자로 줄여 사용된 말이다. 마치 보리살타(菩提薩埵; bodhisattva)를 줄여 보살(菩薩)이라 하는 것과 같다. 고대인도 브라흐만교에서 익히 사용해오던 시간 단위인 겁(劫)은 불교에 차용돼 계산할 수 없는 무한히 긴 시간을 대표하는 술어가 됐다. 세계가 성립·존속·파괴·공무(空無)가 되는 하나하나의 시기를 말하며, 측정할 수 없는 시간, 즉 몇 억만 년이나 되는 극대한 시간의 ..

법문과 수행 2022.08.14

깨닫는다고 붉은 꽃이 핍니까?

'證智所知 非餘境(증지소지 비여경)' ​ 의상대사의 법성게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쉬운 우리말로 하자면 해탈의 지혜를 깨닫거나(證智), 그에 이르는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所知) 뭐 별다른 세계가 열리지 않는다(非餘境)는 소립니다. 깨닫기 이전이나 이후나 대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소립니다. 이를 '법성게 강해'의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견성(見性)한다고 붉은 꽃이 핍니까?" ​ 그렇지요. 득도(得道)했다고 해서 갑자기 여름에 매화를 피우진 못하겠지요. 저자의 말처럼 각성(覺性) 이전이나 이후나 대상은 그대로일 겁니다. 다만 그 대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라져 있겠지요. 그래서 대상을 분별하던 내 마음을 내려놓고(放下着) 난 다음의 편안함이 있겠지요. ​ 불가(佛家)에 '일수사견(一水四見)'..

법문과 수행 2022.07.31

무엇으로 보느냐? / 능엄경

부처님께서는 황금빛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구부리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것이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보입니다.” “너는 무엇을 보느냐?” “저는 부처님께서 팔을 들고 손가락을 구부려 빛나는 주먹을 만들어서 저의 마음과 눈에 비추는 것을 봅니다.” “너는 무엇으로 보느냐?” “저와 대중들은 다 같이 눈으로 보옵니다.” “네가 지금 나에게 대답하기를 ‘부처님께서 손가락을 구부려 빛나는 주먹을 만들어서 제 마음과 눈에 비춘다.’고 하였는데 눈은 본다고 하겠지만 무엇을 마음이라 하여 나의 주먹이 비추는 것을 받아들이느냐?” “부처님께서 저에게 지금 마음이 있는 곳을 물으시므로 제가 마음을 미루어 찾아보았사온데, 이렇게 미루어 찾는 바로 그것을 저는 마음이라고 생각하옵니..

법문과 수행 2022.07.17

불교는 왜 어려운가? 2017년9월27일(수)

2017년9월27일(수) Ⅰ-6. 앞에서 두 가지를 역설했다. 불교는 철학이 아니고 종교이다. 철학적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불교의 일부분일 뿐이다. 불교는 지성적인 면과 다정한 면을 지닌 강력한 종교이다. 불교는 미신이 아니다. 고통을 일시적으로 회피하게 해주는데 그치면 미신이요,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가도록 이끌어주면 종교이다. 그런 면에서 불교는 고통을 완전히 극복하여 지극한 즐거움으로 안내해주는 희망과 행복의 종교라 할 수 있다. 흔히 사찰에서 불상과 전통적 민속신앙에서 유래한 사천왕과 十王시왕, 산신과 칠성을 모신 것을 보고 우상숭배라 비난하는 것은 종교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천박한 견해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불교에 대해 남아있는 세 가지 오해 가운데 불교는 어렵다는 통념..

법문과 수행 2022.06.05

見佛에 관한 <대지도론>의 말씀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수보리 존자가 제법의 공성을 관찰함, 이 것이 부처님의 법신을 뵈옴이며, 참다운 공양이며, 공양 중 제일이며, 화생하신 부처님의 몸에 경의를 표함은 공양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고, 또 「《후품後品》의 말씀과 같이,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만약 보살이 일체법 관찰하길, 영원하지도 않고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고통도 아니며 기쁨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등 이러한 관도 짓지 않는 것을 보살행인 반야바라밀이라고 한다고 말씀하셨다。이 말씀의 뜻은 일체의 관을 버리고, 일체의 언어도 버리며 모든 마음의 행적을 떠나라는 것이다。본래부터 만법萬法은 불생불멸不生不滅하여 열반상涅槃相과 같아서 일체법도 이와 마찬가지인 이것을 제법실상이라고 이름한다。《찬..

법문과 수행 2022.04.10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

-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 - 인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집니다. 그럴 때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는 인연이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또 싫어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인연일 때에도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는 인연이 되면 괴로워집니다. 부처님께서는 인생의 괴로움을 8만4천 번뇌망상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인간의 번뇌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것을 줄여서 백팔번뇌(百八煩惱)라고도 하고 더 줄여 팔고(八苦)라고도 하는데, 그 여덟 가지 괴로움 가운데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가 있습니다. 애별리고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고, 원증회고란 미운 사람과 만나는 고통입니다. 사랑하는데도 헤어질 수..

법문과 수행 2022.02.06

여여의 뜻

톡톡방 질의응답 2562.10.10 여여의 뜻 교수사 스님 본 방에 계시는 스님 불자님들께 무구행 인사 올림니다 가을이 깊어 가니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오늘은 즉문즉설 톡톡방이 문을 엽니다 많은 분들의 질의와 감로수와 같은 답변 기다립니다 ()()() --------- 종진 거사님 교수사스님 그리고 이방에 계시는 스님들 거사님 불자님 태풍에 모두 피해는 없으셨는지요? 멍텅구리 종진 인사올립니다 ()()() '물건의 본연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뜻이고, 한결같다, 변함이 없다'는 뜻이 되며, 더 나아가 '진리와 같이 한결같다'는 뜻인 "여여(如如)"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싶고, 또 불교인들 사이에 '여여하십시오'라는 인사말로 변하게 된 연휴를 알고 싶습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 ------..

법문과 수행 2022.02.06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질문】 직장에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아주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는데요. 처음에는 이해해 보려고 노력도 하고, 충돌하지 않으려고 피해도 보고 했는데, 결국 충돌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일을 해도 계속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오고, 그래서 미워하는 마음이 끝도 없이 커져요. 먹는 것도 보기 싫고, 생긴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정말 다 싫어요. 그런데 저를 돌아보니까. 그동안 제가 사람을 싫어하게 될 때는 이와 비슷한 경로로 싫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나 싫어하더라도 티를 안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좀 알고 싶어요. 【법륜 스님】 그렇게 누구를 미워하면 그 사람이 괴롭습니까? 자기가 괴롭습니까? (제가 괴롭죠.) 그런데..

법문과 수행 2022.01.09

일언지하돈망생사(一言之下頓忘生死)

일언지하돈망생사(一言之下頓忘生死) 일언지하(一言之下)에 돈망생사(頓忘生死)라. 한 말씀 들을 때 나고 죽는 생사를 단박에 깨닫는다. 세탁소에 갖 들어 온 새 옷걸이에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마라. 새 옷걸이가 의아 하여 물었다. 왜! "옷걸이"라는 걸 강조 하십니까? 헌 옷걸이가 오랜 경험을 말해 준다. 입혀온 옷이 마치 자기의 신분인양 착각하고 오만하여 마치 자신이 제왕처럼 군림하려는 옷걸이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인생을 "시절인연"이라 부처님께서 가르치신다. 인생은 어찌 보면 옷걸이와 같다. 명예도 잠깐, 재물도 직위도 권력도 젊은 청춘 미모도 잠시 잠깐 발려 입은 옷이다. 건강하고 청춘인 것이 모두 순간이다. 신세지고 입어졌던 옷걸이에 불과한 것이다...

법문과 수행 2021.11.14

불교교리 문답 총정리 (대한불교조계종)

[연기법(緣起法)]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연생기(因緣生起)의 법으로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고정된 일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수시로 변화하는 여러 가지 조건에 의존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기(生起)와 소멸(消滅)의 법칙을 말한다. 즉 모든 현상은 무수한 인(因)과 연(緣)의 상호관계에 의해서 성립되기에 독립ㆍ자존적인 존재는 없으며, 조건과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는 설이다. 소위 무명(無明)을 인연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의식(意識)이 있다. 이렇게 전개되어 고통이 쌓이고 모이는 것이다. 이런 이치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현상계의 변하지 않고 존속하는 이치이며 현상계의 근원적인 원리로서, 부처님은 다만 이 법을 스스로 깨닫고 알아서 ..

법문과 수행 202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