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涅槃) 열반은 불교 수행의 최고 경지를 표현하는 말이지만, 그 언어적 인상은 적극적이라기보다는 소극적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생의 맹목적 의지라고 할 수 있는 탐(貪)·진(瞋)·치(痴)를 전적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교에서는 열렬한 구도를 위해서 재가보다는 출가를 권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해서 불교는 염세종교라든가 허무적멸의 도라는 평을 종종 들어 왔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 과연 열반의 참다운 뜻을 이해한 것일까. 선과 악은 성질이 상반하므로 한 인간의 행위 위에 동시에 나타날 수는 없다. 악이 행해지고 있을 때는 선은 있을 수 없고, 선이 행해지고 있을 때는 악이 있을 수가 없다. 선과 악의 이러한 상반성은 악을 끊으면 곧 선이 되고, 선을 끊으면 곧 악이 된다는 판단을 끌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