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188

대도가 맑고 깊어 허공 경계를 어찌 사랑하겠는가? - 설우스님

올바른 사람이 삿된 법을 말하면 삿된 법이 다 바른 법이 되지만 삿된 자가 바른 법을 이야기하면 바른 법도 모두 다 삿된 법이라 강북에서 탱자 모습 강남에선 귤이 되니 봄이 옴에 모두 함께 화사한 꽃 피우노라. 왜냐하면 현자와 성인은 모두 無爲法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털끝만치 차이라도 있게 된다면 하늘과 땅 사이만큼 벌어지나니 正法의 안목을 갖춘 사람은 저자거리에서 콩나물을 팔아도 바른 도리를 드러내는 수행이 된다. 무엇보다 원력이 중요하다. 動 가운데 靜을 정 가운데 동을 받아들이는 일은 정법의 안목을 갖출 때 가능하다. 강북의 탱자 강남의 귤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제나라 안영이란 사람이 초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초나라 왕과 대화 중 마침 제나라 도둑이 잡혔다. 제나라 사람은 ..

선의 세계 2021.06.20

산은 높고 바다는 깊으며 해가 뜨면 달이 지도다

산은 높고 바다는 깊으며 해가 뜨면 달이 지도다. 무엇 때문이겠느냐? 게송으로 말하였다. 집착하는 모든 현실은 꿈과 같으며 그림자나 허깨비와 물거품과 같고 아침이슬 번개처럼 사라지는 것 이와 같이 그 실상을 보아야 한다. 금강경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는 如是我聞으로 시작해서 응당 이와 같이 그 실상을 봐야 한다는 應作如是觀으로 끝난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형상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니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보면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된다. 집착하는 모든 현실은 꿈과 같다. 배를 움직이는 것은 다 노 젓는 사람에게 달렸느니라. 물속에서 둥근 달을 잡으려 하고 물 위에 뜬 달은 달의 그림자다. 달 그림자는 분별 욕심 집착으로 우리의 본성을 가린다. 물 위에 뜬 달에 속지 말라..

선의 세계 2021.06.06

생사(生死)는 한 조각 뜬 구름_입선스님

생사(生死)는 한 조각 뜬 구름 “ 空手來空手去是人生 공수래공수거시인생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여 生從何處來 생종하처래 어느 곳을 쫓아 태어나고 死向何處去 사향하처거 어느 곳을 향해 죽는가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생은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사는 한 조각 뜬구름 사라짐일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모든 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나니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나고 죽는 것 또한 이와 같아라 ” 서산대사의 게송 중 중생의 생사가 무상함을 일깨워주는 구절입니다. 태어나고 죽는 일을 반복하며 육도를 윤회하는 중생들은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적 질서 속에서 자기 자성을 깨닫지 못하고 고통 받고 있습니다. 한 조각의 뜬구름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는..

선의 세계 2021.05.23

심시불(心是佛), 마음이 바로 부처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이 세상에 부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도대체 부처님이라고 하는 분이 어떤 분인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神)이 부처님이라는 말인가?’ 하고 궁금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은 어떤 선지식(善知識)을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어떤 것을 부처라고 합니까?” 그랬더니 선지식의 대답은 “심시불(心是佛), 마음이 바로 부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바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부처님이 어디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사람 외에 특별한 존재로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마음이 바로 부처라고 하였습니다. 부처, 즉 마음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 소리를 수없이 들었지만 지나가는 소리로 흘려 버립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린 이분은 선지식이 말한 딱 한 마디 “심시불(心是佛)..

선의 세계 2021.05.23

무엇을 평상심이라 하는가?

무엇을 평상심이라 하는가? 불ㆍ보살의 마음이 평상심이란 말이다. 즉, 조작이 없고 옳고 그름이 없고, 취하거나 버림이 없고, 끊어짐과 이어짐이 없으며, 범부도 성인도 없는 것이다(何謂平常心 無造作 無是非 無取捨 無斷常 無凡無聖).”라 했다. 에 전하는 말이다. 도심(道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의 청정한 마음이 곧 도(道)요, 깨달음이라는 가르침이다. 세상 사람은 도(道)라고 하면 특별한 것 또는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기특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도란 바로 범부가 일상생활 하는 그 마음을 여의고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도란 바로 범부가 일상생활 하는 그 때 묻은 마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번뇌가 없고, 일상생활 하나하나에 몰두할 수 있는 마음이 바로 도라고 가르치고 ..

선의 세계 2021.05.23

판치생모

판치생모 - 아미산님의 글 - ​ 조주(趙州從諗, 778~897) 선사의 유명한 화두이다. 판치(板齒)란 판때기 모양으로 생긴 앞니란 말이다. 앞니 두 개는 대개 넓은 판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판치라 했으니, ‘판치생모’란 앞니에 털이 났다는 말이다. ​ 조주 선사는 당나라 중기의 걸출한 선승으로서 무려 120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조주의 성은 학씨(郝氏)이고, 이름은 종심(從諗), 훗날 조주(趙州)의 관음원(觀音院)에 있었으므로 조주(趙州)라 한다. 남전 보원(南泉普願, 748-835)에게 사사해 그의 법을 이어받았고, 남전이 마조 도일(馬祖道一, 709∼788) 선사의 제자이므로 마조의 손제자인 셈이다. ​ 조주 선사는 학인들에게 임제(臨濟義玄, ?~867)나 덕산(德山宣鑒, 782~865)처럼 고함(..

선의 세계 2021.05.09

자항박 선사 황룡심 선사 북봉인 선사

① 자항박(慈航朴) 선사(二 ) (앞에서 계속) 「귀인과 세도가에 아첨하고 섬기어 부처님의 크신 가르침을 어기고 다시 부처님의 법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칠 뜻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욕심부리고 성내고 허물을 짓는구나 이러한 무리들이 나의 집안에 들어와서 집안의 법도를 헐고 어지럽게 하여 해롭게 함이 더욱더욱 심하다.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사자 몸에 나는 벌레가 사자의 살을 먹는 거와 같다. 이 법은 결코 외도나 천마로서 능히 파할 바가 아니니라」하셨던 것이다. 그대가 이미 바른 뜻으로서 출가하고 바른 법으로서 중이 되었다. 마땅히 모름지기 마의 길을 멀리 여의고 부처님의 계를 받들어지녀야 하느니라 만약 도에 달한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럴 수 없는 것이다. 그대는 무량겁으로 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

선의 세계 2021.04.25

열반묘심(涅槃妙心)

열반묘심(涅槃妙心) '열반묘심' 역시 정법안장처럼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섭 존자에게 법을 전할 때 한 유명한 말이다. '열반'은 산스크리트어 니르바나를 음역한 것이다. 의역으로는 멸(滅)·적(寂)·원적(圓寂)·적멸(寂滅)이라 한다. 니르바나의 어원은 '불어 끈다'는 뜻이다. 즉 번뇌·망상의 불을 없애는 것, 또는 그 불이 꺼진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는 번뇌·망상의 속박을 벗어나 걸림 없이 자유로운 적정의 상태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평생 설법을 모은 아함경(阿含經;가장 오래된 불교경전)에서는 탐욕·성냄·어리석음(이를 三毒이라 함)을 완전히 없앤 상태를 열반이라 한다. 요컨대 열반은 무애자재한 깨달음의 절대적 경지에 들어간 안락한 상태이다. 이 위대한 열반의 경지를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 전후의 사적을 기록..

선의 세계 2021.04.11

정법안장(正法眼藏)

정법안장(正法眼藏) 정법안장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섭에게 법을 전수했을 때 나온 말이다. 외에도 제6칙과 에 나온다. 정법은 묘법(妙法)이라고도 하고 정법(淨法)이라고도 한다. 묘법은 미묘한 법문(法門)이란 뜻으로 가장 탁월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하며, 정법(淨法)은 청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한다. 정법의 정(正)은 삿됨에 대한 올바름도 아니고 악에 대한 선도 아니다. 올바름과 삿됨, 선과 악의 대립을 초월한, 치우치지 않는 진실중정(眞實中正)의 불심(佛心)을 말한다. 정법의 법(法)은 불변의 근본법칙·규범·도리·대도·진리 등을 말한다. 따라서 정법은 올바르고 변치 않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다. 정법은 정도에 어긋난 삿된 도리인 사법(邪法)·사도(邪道)에 반대되는 말로 쓰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정사의..

선의 세계 2021.04.11

‘망언망념<忘言忘念> 무득정관<無得正觀>’ 종지 전승

〈9〉혜가와 달마, 그리고 승찬 ② 혜가가 승찬에 전승 이론팽배 능가경 두 번역이 박해 불러 당시 사람들은 혜가의 선법을 이해하지 못해서 자주 쟁론이 벌어졌다. 도항(道恒, 346~417)은 구마라집 문인으로 1000명이 넘는 문도를 거느렸다고 에 기록돼 있다. 문도들은 혜가의 설법을 ‘마어(魔語)’라고 했으며, 문도 한 사람을 보내 혜가를 힐난하게 했지만 도리어 혜가에게 설복 당했다. 그 후 도항의 문도들은 더욱 혜가를 싫어했으며 깊은 원한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는 관리에게 뇌물을 주어서 암해(暗害)를 사주하기도 했다. ‘마어’라 했던 극단적 평가는 아마도 경전과 좌선을 중시하지 않고 체계적 수행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감 내지 초기선법의 형태를 이해하지 못한 오해였던 것 같으며, 가장 근본적인 원인..

선의 세계 2021.03.28